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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맛집리뷰

제주 바다와 해녀의 이야기가 담긴 식탁, 해녀의 부엌 북촌점 런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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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의 부엌'은 제주의 들과 바다에서 난 식재료로 정성스러운 식탁을 차려내어 주는 곳이다. 국내 최초 해녀 다이닝이라는 콘셉트로 운영되는 '해녀의 부엌'은 구좌읍에 본점, 조천읍 북촌 마을에 북촌점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 해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건강한 먹거리로 차려진 귀한 한상을 경험할 수 있는 '해녀의 부엌 북촌점'에서 런치를 즐긴 후기를 공유한다.

 

 

1. 해녀의 부엌 북촌점 소개

<  영업 정보 >
○ 영업시간 : 매주 목 ~ 일 (런치)11시, 14시 / (디너) 17시
○ 휴무일 : 매주 월 ~ 수
○ 주차 : 북촌 어촌계 마을 주차장
○ 예약 후 이용 가능 
○ 이용요금 : 런치 69,000원 / 디너 89,000원

해녀의부엌 북촌점 네이버 예약 페이지

몇 해 전 '해녀의부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제주 해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주산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공연형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었다. 꽤 흥미롭고 궁금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주를 방문하게 된다면 꼭 한 번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제주여행 계획을 세우게 되었을 때 일정에 가장 먼저 이곳을 넣었다. 

 

'해녀의 부엌'은 제주 지역 어촌계 해녀와 '해녀의 부엌' 운영팀이 협업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해녀를 포함한 운영진들을 이곳에서는 '부어커'라 칭한다.

 

'해녀의 부엌'은 현재 두 곳에서 운영 중이다. 구좌읍에 있는 본점과 북촌리에 있는 북촌점이 그것이다. 모두 런치와 디너로 정해진 시간에 운영되고 예약제로 운영된다. 제주 해녀의 이야기를 해녀의 음식을 맛보는 것은 두 곳 모두 동일하나 본점은 뷔페식, 북촌점은 다이닝 코스로 운영된다는 차이가 있다. 

 

 

북촌리는 4.3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곳이자, 보물섬으로 불리는 '다려도'를 간직한 마을입니다.
과거의 전통이 곳곳에 남아있는 북촌 마을만의 이야기를 공간 가득 담아 여러분께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해녀의 부엌 리플릿 중)

해녀의부엌 북촌점

바닷빛을 닮은 페인팅이 인상적인 북촌어촌계 건물 입구에 '해녀의 부엌' 간판이 조그맣게 걸려 있다.  건물 앞 주차도 가능하다 주차면이 많지 않다. 대신 바로 앞에 포구에 공영주차장이 있어 주차는 수월한 편이다. 예약을 하면 안내 메시지가 오는데 런치 시작 전 15분부터 입장이 가능하고 입장시간 이후 입장은 불가하다 안내한다. 

 

해녀의부엌북촌점

시간 맞춰 입장해 런치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로비에서는 50년전 제주인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시간이 되면 예약자 호명을 받고 각자의 자리로 안내 받아 이동한다. 

 

2. 국내 최초 해녀 다이닝 - 해녀의 부엌 북촌점, 그 특별한 이야기

 

혼저옵서예!
해녀의 부엌 오젠 하난 폭삭 속았수다.
청년들이영 해녀들이영
고치 마음 담앙 준비한 이 시간
또똣한 마음으로 함께 해 줍서!
(테이블 환영 카드 문구)

해녀의부엌 북촌점 테이블 세팅

각자의 자리에는 예약자 이름이 적힌 환영카드와 메뉴 리스트, 커트러리가 세팅되어 있다. 따뜻한 인사말이 담긴 환영카드가 코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북촌점에서 사용하는 식기 등은 제주의 자연에서 온 것들이 많았다. 테이블매트와 식기는 모두 제주의 화산송이로 만들었다고 한다. 화산송이의 색에 따라 검거나 갈색빛이 나는 식기들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매트한 무광 질감의 식기가 고급스럽다. 테이블 매트 위에 가지런히 올려진 테이블 냅킨은 제주 전통 염색법인 감물 염색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해녀의부엌 북촌점

북촌점은 공간에도 제주의 많은 것을 녹아냈다. 15인 정도 수용 가능한 식탁은 가운데 가마솥이 걸려 있고 이 주변을 빙 둘러앉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부어커의 설명에 따르면, 해녀들이 물질을 하다 중간중간 물밖으로 나와 휴식을 취하는  '불턱'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식탁 뒤로는 구불구불 파도가 연상되는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는데 식사를 하는 동안 북촌리의 자연과 제주 바다의  풍경을 실감 나게 펼치는 캔버스 역할을 한다. 이곳은 의자도 흥미롭다. 해녀들은 1년에 한 번씩 해녀복을 교체한다고 한다. 교체된 낡은 해녀복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의자를 식탁의자로 사용하는데 촉감이 매우 부드러웠다.

 

인숙삼춘과 부어커

부어커의 간단한 인사말을 시작으로 런치가 시작된다. 청년 부어커의 소개에 맞춰 등장한 제주 해녀는 인숙삼춘이다. 삼춘은 제주 방언으로 성별 구분 없이 마을 어른들을 모두 삼춘이라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인숙삼춘은 본인을 북촌리 막내 해녀이며 59세라 하셨다. 점차 고령화되어 가는 제주 해녀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부어커가 들려주는 제주 해녀 이야기

북촌점이 있는 북촌리는 제주 바다 기준 해녀 인원은 적은 편이나, 바다 수확량이 많고 질 좋은 수산물을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이라 한다. 그러한 이유는 북촌리 앞바다에  '다려도'라는 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촌리 사람들은 이 다려도를 보물섬으로 부르며 보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다려도를 중심으로 풍부한 생물자원들을 보유한 북촌 마을 앞바다는 해녀들에게도 소중한 터전이 된다. 

 

해녀 삼춘에게 직접 듣는 제주 해녀 이야기

식탁 뒤 스크린으로 계속해서 펼쳐지는 북촌 앞바다의 풍경을 보며 해녀 삼춘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을 식사 시간 중간에 가질 수 있었다. 해녀삼춘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피상적이기만 하던 제주 해녀의 삶을 조금이나마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제주 해녀의 하루를 담은 식탁

코스는 '제주 최초 해녀다이닝'이라는 타이틀에 맞춰 제주 해녀의 하루 일과를 식탁에 올려놓는다. 이른 아침 신께 오늘 하루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에서부터  물질 전 우영팟(집 주위 작은 텃밭을 일컫는 제주 방언)을 일구고, 물질을 하고 불턱에서 잠시 쉼을 갖는 일상을 지내며 하루를 마감까지의 과정을 8가지 코스 요리(런치 기준)로 담아낸다.

 

부어커들의 인사

후식까지 마치고 나면 해녀삼춘을 비롯해 해녀의 부엌 북촌점을 꾸려가는 부어커들이 모두 나와 인사를 하는 것으로 코스가 마무리된다. 미디어아트, 공연, 다이닝코스를 결합한 특별한 시간이었다. 글쓴이는 이곳을 제주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잡았었는데 이곳에서의 멋진 경험이 이번 제주여행 전체의 만족감을 높여주었다. 

 

3. 해녀의 부엌 북촌점 런치 리뷰

코스 메뉴 / 주류 메뉴

런치코스는 총 8가지 메뉴가 나온다. 디너는 여기에 몇 가지 코스가 더 추가된다고 한다. 테이블에는 코스가 자세히 소개된 코스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고, 주류 리스트도 있었다. 주류는 별도 주문이 가능하다. 

 

○ 상웨떡, 감귤소스

톳 상웨떡과 감귤소스 (좌 2장) / 상웨떡(우)

코스의 시작은 상웨떡이다. 상웨떡은 제주 향토음식으로 막걸리로 발효한 반죽을 찜통에 찐 음식이다. 인숙삼춘의 설명에 의하면 예전에는 상웨떡이 사람이 먹는 것이 아니라, 신께 마치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제주 해녀가 하루를 시작하며 신께 하루의 안녕을 비는 마음을 담아낸 음식으로 상웨떡을 코스의 시작으로 넣었다는 설명과 함께 음식이 제공된다. 반죽에 톳을 넣은 톳상웨떡에 감귤소스를 곁들여 나온다. 이름은 떡이지만 식감은 빵에 가깝다.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이 그냥 먹어도 고소하고 맛있다. 여기에 곁들이는 감귤소스는 마요네즈와 비슷한 풍미에 상큼함을 더한다. 상웨떡을 그냥 먹는 것도 좋지만, 이후 나오는 음식과 곁들여 먹어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상웨떡은 코스 내내 계속 리필을 해준다. 이후 리필되는 상웨떡은 톳이 들어 있지 않은 기본 상웨떡이다. 

 

○ 마른둠비 카프레제 / 우영팟 채소

마른둠비 카프레제와 우영팟 채소

다음으로 나온 음식은 마른둠비 카프레제와 우영팟 채소이다. 굽 높은 그릇에 정갈하게 담겨나오는 음식들의 닮음새는 보는 즐거움도 더한다. 

 

마른둠비 카프레제

둠비는 두부의 제주 방언이다. 마른둠비 카프레제는 마른 두부 위에 청귤 크림치즈, 깨송아리지, 썬드라이토마토를 올리고 깻잎오일을 더한 음식이다. 모든 재료를 한입에 넣어 즐기라는 안내를 받는다. 고소한 두부와 크림치즈, 새콤한 썬드라이토마토에 곁들여지는 깻잎오일의 고소함이 별미였다.

 

우영팟 채소

우영팟은 집 주위 작은 텃밭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예전에는 규모에 상관없이 제주의 모든 집들은 각자의 우영팟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해녀들은 아침에 우영팟으로 가 하루의 식재료를 수확해 찬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우영팟 채소에는 잘 익힌 제주산 당근, 비트, 단호박을 부드러운 된장스프레드 위에 올리고 들기름을 더해 나온다. 뭉근하게 익힌 채소가 고소하고 짭짤한 된장 소스와 잘 어울렸다. 가장 위에 올린 채소튀김은 깻잎튀김과 맛이 비슷했다. 

 

○ 전복샐러드

전복샐러드

다음으로 나온 것은 전복 샐러드이다. 물질 수확물 중 해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전복이라 한다. 자연산 전복은 발견도 어렵고 채취에도 많은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전복을 수확한 날은 해녀의 마음도 든든해진다. 하지만 귀한 전복을 채취하려다 숨이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물속에 머무르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해녀삼춘에 의하면 이런 사고는 부지기수로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해녀들 사이에서 항상 새기는 말이 있단다.

 

 

욕심내지 마라.
숨이 남았을 때 나오라.

 

해녀삼춘의 이야기 끝에 나온 전복샐러드는 경건함 마저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제주산 전복, 구운 파인애플, 토마토에 액젓 드레싱을 더한 전복샐러드에는 제피라는 향신료가 더해진다. 제피는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향신채소로 특유의 향과 맛이 있다. 부드러운 전복에 제피잎을 함께 씹으면 전해지는 알싸함이 독특하고 맛있다. 

 

○ 흑돼지적

흑돼지적

다음으로 나온 코스는 뿔소라구이와 흑돼지적이다. 잘 구운 뿔소라와 수비드 흑돼지적이 구운 채소와 함께 나온다. 흑돼지적을 꽂은 나뭇가지는 인숙삼춘이 마을 인근에서 싸리나무를 직접 채취해 일일이 다듬었다는 설명을 곁들이신다. 돼지적을 좀더 예쁘게 담아내기 위해 고민했다 하신다. 찾아오는 이를 귀하게 대접하고자 하는 해녀삼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상차림이다. 흑돼지적은 정말 부드러웠다. 살코기 부위도 뻑뻑하지 않고 껍질 부분은 정말 부드럽고 고소했다. 여기에 졸인 양파와 마늘, 배추구이와 구운 꽈리고추를 더해 먹으니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불맛 나는 뿔소라구이는 쫄깃했고 맑은 간장 양념이 잘 어울렸다. 

 

흑돼지적 대신 다른 요리를 먹고 싶다면 예약 시 별도 신청이 가능하다. 대체 요리로는 군소 요리가 나온다.

 

○ 불턱 한상

불턱 한상

이어서 불턱 한상이 차려진다. 장아찌, 백김치 등 밑반찬과 함께 톳밥, 성게미역국, 뿔소라무침이 나오는 한상이다. 

 

불턱 한상 안내문

불턱 한상과 함께 메뉴에 대한 안내도 식탁에 놓인다. 해녀삼춘이 채취한 식재료에 해녀삼춘의 레시피를 더한 깔끔한 상차림이다. 

 

톳밥

제주 바다에서 건진 톳이 들어간 톳밥은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났다. 차진 밥에 통통한 톳이 아낌없이 들어갔다. 꼬들한 톳과 쫀득한 쌀밥의 식감이 잘 어울리는 맛있는 밥이었다. 잘 지은 밥은 다른 반찬이 없이 밥만 먹어도 맛있는데 이 톳밥이 그런 밥이었다.

 

성게미역국

뽀얗게 푹 끓인 미역국은 '베지근했다.'  국물은 슴슴한 풍미가 있었고 미역은 부드러웠다. 거기에 고소한 성게의 고소함이 더해져 맛이 참 좋았다.

(*베지근하다 : 고기 따위를 푹 끓인 국물이 구미가 당길 정도로 맛이 있다는 뜻의 제주 방언)

 

뿔소라무침

뿔소라무침도 특별했다. 북촌리 바다에서 난 뿔소라를 해녀삼춘의 레시피로 만든 된장양념으로 무치고 고소한 참기름을 두른다. 즉석에서 직접 무쳐 내어 주는 뿔소라무침은 설명대로 연하고 야들야들한 식감이 좋았다. 거기에 짭조름한 된장양념은 참 잘 어울리는 레시피였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밥 위에 얹어 먹으니 더 맛있었다.

 

○ 지름떡, 용과 소스, 당근식혜

지름떡과 당근식혜

코스의 마지막은 지름떡과 당근식혜이다. 식사의 마무리로 좋은 달달한 디저트 한상이다.

 

용과소스를 얹은 지름떡

지름떡은 제주 토속 음식으로 찹쌀 반죽을 기름에 구워낸 것이다. 여기에 설탕을 버무려 달달한 맛을 낸다. 고소한 기름맛에 달달한 설탕맛이 잘 어울리는 후식 메뉴이다. 여기에 달달한 용과 소스를 더해진다.

 

당근식혜

제주산 당근으로 만든 당근식혜도 독특하다. 당근색을 닮은 주황빛 식혜가 꽤 먹음직스럽다. 맛은 여느 달달한 식혜와 비슷했다. 개인적으로 미각이 섬세하지 않아 당근의 맛이 잘 느끼진 못했다. 단호박 식혜와 맛이 비슷했다. 텁텁하지 않고 깔끔했으며 과하게 달지 않아 좋았다. 

 

4. 해녀의 부엌 북촌점 총평

'해녀 다이닝'이라는 콘셉트가 흥미로운 해녀의 부엌 북촌점에서의 식사는 개인적으로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 시간이었다. 북촌리라는 마을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제주 해녀를 만나 그가 풀어놓는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을 수 있었으며, 제주의 자연에서 얻은 귀한 재료에 해녀의 손맛을 더해낸 정갈한 한상을 맛볼 수 있었다. 59세 막내 해녀의 세월이 물들인 발그레한 얼굴에서 제주 해녀의 숭고한 삶도 느낄 수 있었다. 해녀의 부엌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부어커들에게서는 진심이 묻어있는 친절과 자신의 일에 대한 젊은 열정이 느껴졌다. 마음 담아 만들어낸 음식을 극진히 대접받은 기분이었다. 이번 제주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해녀의 부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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